글/1

[플레타] 땅에 귀속된 것

파란괴물 2015. 6. 19. 03:07




  걸음을 멈추고 서서 허리를 펴고, 똑바로 하여 숨을 가다듬고 오른팔을 쭉 옆으로 뻗는다. 마른 나무가 불타듯 혹은 겨울을 지낸 가지에 이파리가 돋아나듯 펼쳐낸다. 눈을 감고 꼭 몸을 풀어내듯이 공중을 몇 번 가르는 손짓을 하다 눈을 뜬다. 잠에서 막 깨어난 무언가처럼, 다시 세상으로 제 시야를 돌려보내는 순간을 천천히 마주한다. 그러나 잠에서 헤어나지 못해 괴로운 아이처럼은 아니다. 그저 어떤 새로운 것이다. 그녀는 온전히 자신의 속을 헤집는 생의 약속 같은 숨들과 손 끝을 스치는 보이지 않는 공기의 구슬들에게만 집중한다. 그녀가 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그녀를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녀는 울 수도 있었다. 눈물은 본래 담고 있는 것이 땅에 귀속된 것이라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더욱 쉽다. 그래서 그녀는 눈을 뜨고 저 너머에 무언가 자신을 부르는 것처럼 시선을 올려다 봤다. 밤 바람이 조약돌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은반지처럼 차다. 그리고 살아있다. 숨은 또 다시 그녀에게서 흘러 흩어진다. 아침이 오면 숨어들 어둠이 아름다워서 플레타는 정말로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