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물어봐요, 무엇이든지.
글/1 2013. 8. 15. 16:23 |무엇이든지 물어 봐요. 질문이 두려운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물을 것이다. <왜죠?> 그런데 당신은 알까. 이 W는 여러가지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어떠한 의도였는지는 상관이 없다. 물음은 자신도 모르는 욕구를 포함하고 있으니 내뱉은 입에게 연유를 묻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은 없는 것이다. 의도는 어디까지나 당신의 시야가 닿는 곳에서 나온다. 예컨대 진정한 의도가 따로 있음에도 그대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과 같다는 소리다. 그러니 그 의도는 미래의 당신이나 혹은 나 또는 제 3자의 눈에게 물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단순한 궁금증이라는 소리는 집어치웠으면 한다. 먼저 제 3자의 눈에서 W 는 경멸이다. 이 경멸은 '무엇이든지'라는 범위가 나의 밝은 면이고 어두운 면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에 기인한다. 당신이 실로 어둠에 대해 물을 용기가 없다 하여도 내가 그러한 질문을 수용할 준비가 되었다는 태도가 내 도덕성에 대한 불신을 불러 온다. 떳떳하다고 외친 적은 없지만 스스로 그렇게 가정하고 자신의 비도덕성을 나에게 견주어 시험하려하는 것이다. 학교 교실에서 쓰일 프로젝터가 되어 버린 당신의 뿌연 렌즈를 바라보며 내가 < >라고 답한다면 그제야 마음 놓고 '미스 그레이, 그저 아이와도 같은 외침일 뿐이었군요.' 그렇게 말하며 웃겠지.
다음으로 내가 보는 W 는 동경인데 이건 그저 나를 자신이 바라는 비너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눈동자와 또 그 미로와 같은 굽이진 신경회로를 플라시보가 조각해 낸 것인 줄도 모른채로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이건 당신의 감정과 또 나에 대한 호감에 기인하는 것이다. 자신은 가끔 몇몇 질문들 앞에서 떨었고 나는 그렇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질문에 대응하는 미덕에 관해서는- 그런 괜찮은 사람이 자신을 거절하지 않으니 자신 또한 남들과는 조금 다른 도장을 가진 학급의 아이라는 것이다. '너네는 이런 별 모양 도장이 없지? 난 그런 도장 가진 사람이야.' 하지만 당신은 내가 < >라고 답하면 금세 풀이 죽어 오히려 나를 원망하기에 이른다.
질문은 대화에 기초한다. 당신의 귀를 당기고 입을 열게 하는 마법이지만 동시에 결코 질문 자체로서는 완벽해 질 수도 질문이 될 수도 없다. 당신이 있고 내가 있는 사이에 질문이 자리하니 참 애석한 일이다. 결코 너와 나를 벗어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와 너를 벗어날 수 없음은 결국 그 말들 사이에 당신이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단숨에 들이키지도 말되 모두 뱉어내지도 말것. 질문을 보세요.
"무엇이든지 물어 봐요. 질문이 두려운 것은 아니니까. <답을 하는 것은 결국 나잖아요?> 그러니까 어서."
리버는 물기가 쪽 빠진 눈동자를 푸르게 빛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