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타] Now

글/1 2015. 3. 9. 06:04 |

 

Now

 

 

 

WB. BM

 

 

 

 

 

누가 나를 보고 ‘밤처럼 차려 입었다.’ 라고 하더군요. 난 물었죠. ‘밤처럼?’ 꼭 어디 파티에서 도망쳐 온 것 같구먼. 난 맞아요, 도망인지는 몰라도 몰래 빠져나오긴 했죠. 그렇게 답했어요. 안쓰러웠는지 숄을 건네주더라고요. 끝자락에 맥주가 묻어 있었죠. 괜찮다고는 했지만 추워 보인다더군요. 그래서 추워 보이는 건 당신이 춥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재빨리 빠져나와 날았어요. 아가씨, 하고 따라 나왔던 거 같은데, 자신이 했던 말 속에 나오는, 밤처럼 차려입은 여자는 볼 수 없었겠죠. 오직 밤만이 그 사람을 맞이했을 거예요.

 

알아요. 쓸데없는 이야기라는 걸.

 

혹시 래번클로 기숙사에서 쪽지를 발견했던가요? 뭐, 언젠가, 후배가 찾아내겠죠. 지금 찾아냈다고 해도 그 쪽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만한, 가령 누군가의 죽음이라든가 하는, 사건이 생기는 건 꽤 시간이 지난 후일 테니까요. ‘곧’은 다 다른 거잖아요.

이것도 그렇게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죠. 난 그냥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한껏 온몸으로 생각이 차올랐다가도 막상 소리 내어 말을 한다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놓치지 않고 모두 쏟아내고 갈 수 있도록...


말했듯이 나는 기숙사 휴게실에 쪽지를 두고 갔어요. 학교에 더 있어야 할 이유도 없고 있을 수도 없었고요. 꿈이라고 한다면, 꾸는 자가 하나쯤은 있어야지요. 난 죽지 않았었잖아요. 기억해요? 아, 인간의 형태는 더 이상 소용이 없어요. 꿈이죠. 꿈이라는 경계가 없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죠. 호그와트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새가 되어 이곳저곳 다니는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죽게 되겠죠. 알다시피 슬픈 이야기는 아니죠. 난 너무 궁금해서 나도 모르는 새에 벼랑 아래로 몸을 던져보게 될까봐서 두려웠으니까요. 애니마구스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괜찮아졌지만 그 충동과 충동이 가져오는 불안의 기억마저 지워버릴 순 없죠. 그러니 차라리 이렇게 되는 것이 나아요. 만약 죽어볼 수 있다면 진즉에 죽어봤을 거예요. 결코 ‘진짜’죽음은 되지 못했겠지만, 어찌되든 그 결말은 장례겠죠. 쪽지는 그런 것이에요.

 

음... 우린 밖에서 대화를 참 하지 않았죠. 하지만 보고는 있었어요. 물론 누가 그쪽을 그저 흘려보냈을까요? 워낙 눈에 띄니까요. 난... 그래, 봤어요. 하지만 이목을 끄는 그 가면을 봤던 건 아니에요. 시끄러운 말들을 본 것도 아니고. 난 궁금했어요. 알고 싶었고, 그래서 지켜본 거예요. 그래서 나는 당장에 말할 수 있었던 거죠. 미결의 존재라고.

 

가득찬 손짓, 넘치는 말들, 반딧불이의 꽁무니처럼 깜빡이는 가면의 표정, 오른쪽이었다가 금방 왼쪽으로 돌아서고, 앞으로 나아가다가도 금방 뒤로 빠지고... 결코 종잡을 수 없죠. 난 그걸 보면서 하나를 주장하지 않는 것을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무엇 하면 당신을 떠올리도록 놔두지 않았죠. 검지도 희지도 않아서 정체가 뭔지 모르도록.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 모두가 아닌 것이 당신이라는 걸 알 수 있죠. 최소한, 아니고자 하는 것이 당신이라고. 어느 하나로 정의되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 하지만 그쪽은 모든 속내를 가림으로써 감추는 존재가 되고 말았죠. 그리하기를 선택한... 자. 아아.. 이건 그저... 중요한 말들이 아니에요. 난 미결의 존재라고 말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말을 길게 했을 뿐이죠.

 

우리들이 초대받은 방. 나는 그곳에 의자가 총 다섯 개 있었다고 생각해요. 모런, 나, 당신, 루시엔 그리고 우리를 그 자리에 있게 한 어떤 것, 어디서는 운명, 모이라 혹은 카르마 또는 유전과 환경의 조화 등등... 무엇이 되었든 우리 넷을 자리하게 한 뭔가가 앉을 곳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또, 각자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표현할 방법을 찾아냈겠죠? 하지만 우린 그 방에 자리할 수 있었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일어나야만 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만약 정말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면 그때 그게 우리들이라서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죽었던 이들에게 좋은 말은 아니지만, 당신과 저도 살고자하는 이들만큼 분명한 뭔가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뜬금없게도, 그렇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는 그랬어요. 아주 가끔씩 돌진하여 먼저 말을 걸기도 하지만 아닐 때, 나는 관심이 있어서 보고만 있을 때가 있거든요. 당장에 쟁취하기 위해 달려가는 건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 이건 나중에 얘기하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남기고 날아갔다 다시 이렇게 찾아오게 된 이유를 말하고 싶어요. 난 날아서, 여기 저기 마을을 돌고 있었어요. 교복은 벗은 것이 오래라, 검은 원피스를 입고 다닐 때였죠. 밤처럼 차려 입었다는 말과 호의로부터 벗어나려 한 날, 난 기억해냈어요. 어떤 얼굴을 하나가 떠올랐죠. 그런데 난 그 얼굴을 몰라요. 처음 보는 낯. 그 얼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어요. 어디를 가도 따라오고 꿈에서도 튀어나와 내 온 정신을 빨아들이고 일어나서도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내 하루를 잡아먹었죠. 난 그 얼굴, 손짓에 갇혀서... 어디 한 곳에 내 신호가 잡혀버린 것처럼 똑같은 정보만을 받는 거예요.

그런데 난 그건 알고 있었어요. 내가 막 호그와트에 입학했을 때 같은 학교를 다니던 남자아이의 우산을 계속해서 떠올렸던 적이 있거든요. 하나의 이미지, 장면, 있지도 않았던 향기, 색감, 움직임. 그걸 떠올리고 몇 개월 후에 그 아이를 좋아했음을 깨달았던 때와 같았죠. 이번에도 역시나 늦었지만, 이전보다는 빨랐어요. 문제는, 그 얼굴이 누구인가.

 

얼굴, 나는 결국 알아냈어요. 그리하여 이윽고 선택할 수 있었죠. 그냥 지나쳐 죽음의 여정을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밝힐 것인지. 처음에 난 그저 가려고 했죠. 나에게 있어서 좋아한다는 것은 나의 마음이기에 그 이상으로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네, 그렇죠. 좋아하는 것은 나의 마음일 뿐이고 내가 그렇다는 것을 아는 부분인 거죠. 그런데 문득, 내가 죽으러 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죽이러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난 죽음이 도피가 되는 건 싫었어요. 특히 마음의 도피 말이죠. 그래서 돌아온 거예요. 그 얼굴에게로. 오, 이런 모르겠나요? 당신이에요. 첸 린.

 

난 가면을 벗은 모습을 본 적도, 볼 일도 없겠죠, 아마. 그런데 얼굴이었어요. 초상화를 그려내라면 그려낼 수 있을 만큼 선명하게 나타나는, 정해지는 이목구비의 색과 모양새가 아니라 한 존재의 인상 같은 얼굴. 그건 당신이었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모든 것들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내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애초에 더 빨리 알았다고 했어도 뭐가 달라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난 알았어야 하는 건지도 몰라요. 당신에게 질문 했을 때 말이죠. 말들을 듣고, 그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고 묻고, 입에 이름 올리기를 꺼렸을 때부터.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살려보려고 했던 것도. 아니, 그저 모든 것을 다 지워버리고서라도, 그냥 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시점에서부터 내게는 그쪽이 있었던 거예요. 나는 그냥... 아. 난 그저 야생화에 대해 알고 싶어 들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책을 펼치는 것처럼 서 있을 뿐이었던 거죠.

 

그냥 그런 거예요. 그냥 우리가 대화를 굳이 나누지 않았어도 좋은 건 좋았던 거죠. 그래서 나는 그쪽이 죽어야만 하겠다고 하면 뱃사공에게 줄 동전을 건네고, 가야만 한다면 문 앞을 비켜서고, 다른 선택을 해야겠다면 그렇게 하라고 하죠. 내 마음의 여부가 어떠한가에 따라 그 어떤 영향도 주고 싶지 않아서 또, 그게 당신의 선택이자 곧 첸 린이고 난 그냥 그게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선언하고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노라고. 린, 당신이 무어라 말할 것이든 나의 마음은 이렇고 그걸 전하고 싶었다고.

 

*

 

그녀는 꼭 화난 사람처럼 말을 하다가 무엇이 우스운지 웃음을 터뜨린다.


“아, 아무래도 린, 당신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공백제외 2946 자.

BGM은 Ribs(Lo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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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란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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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타] 프로필

단락 2015. 3. 6. 11:30 |

 

FLETA

 

 

Pompeii is not collapsed. It is immortal.”

“폼페이는 망한 게 아냐. 폼페이는 불멸이지.”

 

 

Fleta Pompeii

플레타 폼페이

 

 

May. 13

 

17

 

170cm 52kg

 

 

 

묘사 > 진한 고동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을 가지고 있다. 인상에 푸른 눈동자가 강하게 남는 편이다. 눈을 치켜뜨는 경우가 많다. 수업 중이라 안경을 끼고 있으면 더욱 그러하다. 빛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푸른 눈동자 뿐만 아니라 눈 자체로 남에게 강한 인상을 준다. 오래 마주치지 않는데 혹시나 무례할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편안한 상대 앞에서는 자신을 드러냄에 거리낌이 없고 더욱 말과 눈짓과 표현이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그 외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주장에 있어서도 종종 그런 태도를 보이는데 드물다. 애초에 무언가가 그렇게까지 그녀를 동하게 하지 않는다. 윗입술이 살짝 더 얇다. 애쓰지 않으면 웃는 상이 아니다. 머리칼은 어깨 너머 팔뚝 정도로 내려온다. 머리는 틀어 올리거나 하나로 묶는 경우가 많다. 반곱슬이라 부스스하지만 웨이브지지는 않는다. 숱이 많다. 머릿결은 그냥 머리칼에 관심 없는 여자애 수준. 대체로 얼굴이 굳어있다. 볼에 홍조가 없어 창백하다는 인상을 준다. 아주 춥거나 아주 덥거나 화가 나서 흥분했거나 볼터치를 한 경우가 아니면 바삭하게 말라있다는 인상이다. 팔 다리가 길게 쭉 뻗었으나 자세가 엉거주춤해서 덩치가 있다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한 곳을 응시하거나 미묘한 표정(살짝 인상을 쓰고, 뭔가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혼자 다른 곳에 있는 듯 구는)으로 곧잘 있다. 손가락, 손바닥, 손등, 손목 등을 홀로 휘젓고 팔랑이고 꺾으며 어떤 동작을 내키는대로 한다. 의미는 없다. 혼잣말과 비슷한 일종의 표현이다.

 

 

플레타는 > 그녀는 조용해 보인다. 조용하게 있는 것을 모범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모범생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차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그녀를 그저 '조용히 지내는' 이라고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말했듯, 조용해 보일 뿐 결코 조용한 것은 아니다. 말하지 않을 뿐이다. 한 존재가 조용한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플레타는 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쪽이다. 이와 조금 별개로 관심 없는 사람 앞에서는 전해야 하는 의무적인 말이 없는 이상 대화로 꺼낼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늘 폭발하고 있다. 어떤 시작에서 끝까지 몇 번이고 되돌아 폭발한다. 초신성이라고 표현해도 좋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정신을 기준으로 그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그녀를 엿들을 수 있다면 이 여자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단은 무의식적인 것에 가깝다. 자신의 머리통을 열어 퍼부어 주고 싶은 이가 있다면 밖과 안의 기점이 없어진다. 다정한 손짓과 목소리, 사랑스러운 표정이 아닐지라도 그녀가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그 상대를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숨어있는 카드다. 능력이 뛰어나 뒤에 꺼낸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가장 마지막에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결코, 자신을 먼저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덕분에 그녀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플레타에 대한 증언은 차이가 매우 크다.

잘 알지 못하는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존대. 동급생이면 편하게 말을 하는 편. 혼잣말이 일상이다. 말투는 시니컬하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 편이다. 
자신은 잘 자각하지 못하지만 몸이 긴장하고 있다.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편이며 앉을 때도 몸을 웅크리고 있다. 소파에 쪼그리고 앉는다든가 책상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상체도 움츠리고 있다든가 혹은, 가만히 있을 때에도 유연하게 몸을 펼쳐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그맣게 경직된 상태로 있는 것이 그 예다.
불행을 먼저 생각한다.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아침에 눈을 떠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유별난 일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일어날 최악의 수를 떠올리지만 생각일 뿐으로 심리적 상태가 나쁘지 않으면 생각에 잡아먹히지 않는다. 또, 본인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편이다. 그녀의 기준에서 최악이나 최선이나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여자의 시선에서는 최악이 일어날 수 있다면 여전히 최선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하게, 음식을 먹을 때는 가장 맛 없는 것을 먼저 먹고 가장 맛있는 부분을 마지막에 먹는다. 나중에 배가 불러 맛있는 부분을 먹지 못해도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 원하는 것도 비슷하다. 알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일수록 둘러 가지 바로 팔을 뻗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는 집요하다고 해도 좋다.

 

 

기숙사는 래번클로.

OWLs에서 E이상의 성적을 받은 과목은 총 여섯 과목이다.
(마법, 마법약, 천문학, 어둠의 마법 방어술, 변신술, 약초학)

지팡이는 밤나무에 피닉스 깃털, 어머니가 쓰던 것을 물려받았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새겨져 있고 손으로 쥐는 부분에서 멀어질수록 얇아진다. 휨 없이 곧은 편이고 색이 초기보다는 짙어졌다. 길이는 대략 20센티 후반.

패트로누스는 붉은부리푸른까치.

미등록 애니마구스, 까마귀(corvus corone).

 

 

+  생활패턴이 뒤죽박죽, 잠이 없는 편. 잠드는 것을 달가워 않는다. 뭔가를 하다가 잠드는 것을 편히 여기고 잠들기 위해서 침대에 눕는 것은 플레타에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피로가 쌓여 한 번 푹 자게 되면 사이렌이 울려도 모른다.
+  여러가지 잉크로 필기하는 것을 즐기는 편. 수첩과 펜을 늘 소지.
+  패트로누스와 관련한 질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크게 피하지는 않는다.
+  꼭 태양과 행성같은 원석을 꿰어 놓은 팔찌를 하고 있다.
+  애완동물로는 초록 바실리스크 도마뱀(수컷)을 키우고 있다. 몸 길이가 꼬리까지 포함하여 40센티가 넘는다. 이름은 섹시. 또, 편지를 주고 받는 용으로 안경 올빼미를 키우고 있다. 애칭은 큐브.
+  까마귀일 때 눈가에 아주 옅게 푸른빛이 돈다.

 

 

 

 

플레타 테마 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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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란괴물
:

[플레타] 맑은

글/1 2015. 3. 3. 02:57 |

 

맑은

 

WB. BM

 

 

 

 

의자

 

방이 하나 있다. 그 방엔 다섯 개의 의자가 놓여 있는데, 그 자리에 앉을 이들을 위해 제작되어 한 번 앉으면 다른 곳에서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포근하다. 초대 받아 자신이 선택한 자리에 앉으면 다시는 그 방을 떠날 수 없는 거다. 하지만 착석한 이들은 모두 그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말했듯이 너무나도 자신에게 딱 맞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표

 

모런과 대면한 것은 그 방에서였다. 플레타는 모런의 얼굴을 안다. 이름도 알 정도로 낯익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니 마주한 것이 처음인 거다. 막 청년의 티를 벗는 이 남자는 마치 금박을 입힌 동상 같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이 인상 깊어 후플푸프가 아니었다면 슬리데린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단호한 눈매와 여러 세대를 거쳐 가다듬어져, 유서 깊어 보이는 이목구비가 훌륭한 필기체처럼 자리하고 있다. 플레타는 잠시 그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고, 남자는 플레타를 보며 반가운 기색을 한다. 왜 그런지 몰라 그녀는 이전처럼 고개만을 끄덕이고 말았다.

사실을 고하자면 플레타는 푸르스름한 밤의 방, 그 자리에서 처음 인사를 나눈 그 남자를 앞서 유별나다 생각했던 적 있다.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여 이런 저런 별명도 붙여 주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프프리 부인 이었다. 종종 폼프리 부인이 자리를 비울 때면 아이들은 그 남자를 찾아가 치료를 요청하고, 그도 마치 어머니처럼 맞이해 주었던 것 같다. 이유는 몰라도 지독히도 사회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플레타는 그에게 ‘유별난’ 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모런은 가끔씩 뭔가에 질리다시피 지쳐있는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봤다. 그럼에도 친절하고 옳게 들릴 말들을 했기에 그녀는 연갈색 모래가 반쯤 차 있는, 모런이라는 작은 유리병에 ‘잔인할 정도로 반사회적이지 않음.’ 이라고 써 넣은 것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플레타는 모런을 기억하지 않아도 될 인물 박스로 밀어버렸을지 모른다.

그는 그녀에게 머리카락을 계속해서 눈가로 밀어내는 바람처럼 궁금한 인물이었다.

 

 

 

아, 네 뒤에 아이가 있구나.

 

"왔어?"

모런이 플레타를 돌아다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얼룩처럼 묻어나는 빛에 일렁이다 금방 꺼졌다. 플레타는 이 상황을 이전에 겪었던 것 같다. 기억은 쉽게 불려 나왔다. 방. 모두들 기꺼이 그 자리를 위해 죽을 조그마한 방이 플레타의 마음속으로 튀어 오른다.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그가 방으로 들어서는 자신을 보며 했던 말을 떠올렸다.

'반가워요.' 그때도 그는 차분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참으로 누군가를 맞이하는 자다. 플레타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질인다. 치워내는 자신의 손끝이 떫은 사과처럼 차게 얼어있었다. 몸은 종종 그녀의 뜻을 무시하고 제멋대로다.

“드디어 내 끝이야.”

그는 두 팔을 날개를 펼쳐내듯 벌린다. 눈가를 옅게 찡그리며 웃는다. 자 이제 내 마지막을 장식해줘. 목소리는 정확하게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플레타는 읽어낼 수 있었다. 모런이 남길 말로 이보다 더욱 어울릴 것은 없다. 그녀는 지팡이를 들어 모런을 겨눈다. 모런의 뒤로 웃는지 우는지 모를 인어가 제 온 몸으로 아름다운 색을 그에게로 쏟아내고 있었다. 살아있다. 늘 그렇듯이 모런은 지금 이 순간 온갖 빛에 둘러쌓여 숨 쉬며 생생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플레타의 목이 간지럽다. 그리고는 새삼 의문이 하나 잠잠하던 마음으로 떠오른다. 우리가 대화를 한 적 있던가요?

 

맑은

 

"안녕히."

알기로는 없다. 그러나 대신 나오는 것은 떠나보내는 이를 위하는 마지막 인사다. 둘은 방에 남아 차 한 잔 나눈 적 없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를 자처하고 그 마지막을 홀로 둘 수 없어 기꺼이 따라 나와 성사된 이 만남이, 처음과 끝 모두 누군가를 맞이하는 모런의 손짓과 그 죽음을 두 눈 치켜뜨고 지켜보고자 하는 걸음이 만든 이 공간 자체가 어떤 대화일지도 모른다. 결코 아무것도 얻지 못할 담소지만 그것 또한 괜찮았다. 플레타는 잠시 창문을 응시하던 제 시선을 거두고 모런의 두 눈을 바라본다. 맑다. 플레타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에베르테 스타툼."

 

 

 

공백제외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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